기억 1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자고 일어나면
세상엔 거짓말처럼 하얀 눈이 쌓이고
식구들의 가난한 골짜기에도
눈발이 날렸다

남들 벌 때 아버지는 무얼 하셨나요?
피난 이후 40년
쉴 새 없던 아버지의 노동이
갓 스물 누이의 울음 아래 떨어져 밟히고 있었다

철들어 식구들의 생계 앞에 허덕이는
아버지의 하루를 알고 있었지만
아랫목 열에 들떠 실같이 사위어가는
어머니의 신음 앞에
모두들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가련한 새끼들을 위하여
오래도 참으셨던 술, 술 속에 묻히고
아침이면 문 밖에 눈사람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해 겨울은 참으로 더디게도 지나갔다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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